사목교서
생태적 증거의 삶을 사는 소공동체” 
 

-제주는 하느님이 주신 보물입니다.-
                              
제주는 120만 년 전부터 지구 깊숙한 곳에서 분출한 마그마가 바다를 뚫고 솟아올라 용암섬이 되었고,
2만5천 년 전에 이르러서야 오늘의 꼴을 갖추고 사람 살 수 있는 땅으로 빚어졌습니다.
하느님께서 제주를 준비하시는 데 걸린 기간이 백만 년도 훨씬 넘는 긴 세월이었습니다.
제주는 아직 신선한 공기, 깨끗한 지하수,
한반도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나무들과 동물들이 가득하여 많은 방문객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고 보물입니다.
그런데 최근 불과 몇 년 사이에 제주도로 이주하는 인구가 급증하여,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생태계 전체의 심각한 변화가 이 섬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비료, 농약, 축산폐수와 생활하수로 인하여 지하수 수질이 매우 악화되고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도 2차 지하수 조사결과
서부지역 3개관정과 남부지역 1개 관정의 질산성질소(NO3-N) 농도는
먹는 물 수질기준 10mg/L을 초과하고 있고,
지난 10월부터 애월과 한림, 대정 등 제주 서부지역에서는 사설 지하수 신규허가가 전면 금지됨).
이주민 증가와 자본유입으로 제주 지역 부동산은 급등하고, 10가구 중 4가구가 무주택입니다.
제주도민 가구당 차량보유대수는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과도한 교통량으로 전국에서 인구 100만이 안 되는 곳에서 유일하게 대중교통 전용차로제를 시작하였습니다.
제주지역 쓰레기 매립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작년, 올해에만 12,000톤의 쓰레기를 타지로 반출하고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국내에서 더 이상 받아주는 지자체가 없어,
톤당 반출비 약 20만 원을 들여 외국으로 겨우 내보내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하수종말처리장은 급증한 관광객과 유입인구 증가로 온전한 하수처리 능력을 상실하고,
기준치의 5배까지 이르는 오염수를 장기간 방류한 결과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제주 인근 바다는 풍성하던 해초류, 어패류들이 모두 사라지며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제주도라는 몸의 내장이 도저히 소화하지 못할 과도한 물량을 쏟아부어,
지금 모든 장기가 파열되기 직전의 위기 상황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은 이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당장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또 하나의 대규모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하나밖에 없는 보물을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잘못된 판단입니다.
지금 우리는 조물주가 100만 년 넘는 오랜 세월을 두고 정성스레 가꾸고 빚어주신
보물섬 제주를 회복불능 상태로 조각내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피조물들은 인간의 자의적인 지배 아래에 예속되는 단순한 대상물이 아닙니다.
우리가 멋대로 부리고, 버리고, 없애도 좋은 존재가 아닙니다. ‘
다른 피조물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인간)가 아닙니다’(‘찬미받으소서’ 83).
우리 눈에 보잘것없게 보이는 피조물들도 각각 고유한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닙니다.
모든 피조물은 우리와 함께 궁극적인 종착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광에 동참하도록 초대받은 동반자들입니다.
 ‘물질세계 전체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나타냅니다.
흙과 물과 산, 이 모든 것으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어루만지십니다’(‘찬미받으소서’ 84).
제주의 오름, 바람, 돌, 물, 나무, 억새, 바다, 동물, 물고기 모두 우리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성인은 아무리 하찮은 피조물이라도 ‘형제’나 ‘누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 욕심 때문에 이 피조물들을 남용하고 훼손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형제와 누이를 뿌리치고 그분의 사랑을 거부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인간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사회와 자연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세계관을 품어야 합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에 속하므로 자연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합니다’(‘찬미받으소서’ 139).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종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하며 서로 의존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이 생태계 전체의 조화와 공존의 고리를 수호하고 지키도록 초대받은 존재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절대적으로 지배해 온 ‘발전’이라는 무의식적 굴레에서 우리는 해방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조건 없이 항상 최우선해 온 기계론적 ‘발전’은 결코 인류 문명의 절대적인 명제가 아닙니다.
환경이 악화되고, 인간 삶의 질이 추락하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발전은
참된 발전이 아니라 몰락입니다. 

  아직은 되돌릴 수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의 속도를 줄이면
다른 형태의 진보와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191).
인류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좀 더 검소한 생활을 실천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베네딕토 16세, 2010년 세계평화의 날 담화, 9항).
그러나 구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자신의 생활양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생활양식을 바꾸고 소비를 조절하면,
기업은 현명한 소비자들의 연대로 압력을 받고
기업의 생산방식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206).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연대하며 함께 힘을 결집하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제주 고래의 조냥 정신을 살려내어야 하겠습니다.
‘난방을 하는 대신에 옷을 더 껴입고, 플라스틱이나 종이의 사용을 삼가고,
물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적당히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생명체를 사랑으로 돌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승용차 함께 타기를 실천하고 나무를 심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찬미받으소서’ 211) 등의 행동들을 공동 운동으로 펼쳐나가면
우리는 제주를 살리고 지구를 살릴 수 있습니다. 



                                                                               2017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제주 교구 감목  강 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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