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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2019 WYD 제주교구 소감문(1)

청사위 0 5,609 2019.02.26 13:12

WYD 2019 테스트모니

 

제주교구 김혜주 소화데레

   

WYD 순례를 준비하고 있을 무렵에 김석주신부님께서 한국대표로 어떤 소명이 주어질지 모르니 기도하면서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대회에서 어떤 일이 주어질지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을 가지고 파나마로 떠났다. 이번 세계청년대회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교황님 환영식 때의 보편지향기도였는데, 생각보다 크고 기쁜 일이 주어져서 준비하는 기간 동안은 설렘이 아주 컸다. 특히 소수민족이며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에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도 은총이지만, 한국의 많은 교구들 가운데 제주교구가 엄청난 일을 맡게 된 것은 저의 능력이 아니라 오랫동안 청소년사목에 헌신하셨던 김석주신부님 때문에 얻은 큰 은총임을 알게 되었다.


파나마시티에 갓 도착한 직후부터, 2-3일에 걸쳐 다른 친구들이 교리교육을 받는 동안 홀 전례 연습을 다녔다. 처음에는 모르는 도시에서 혼자 다닌다는 게 부담이었지만, 후에는 오히려 그 시간동안 WYD동안 느꼈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이 모든 과정이 주님께서 마련해 주신 선물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 전례연습을 하러 간 날, 파나마 현지 스태프들이 독서부터 보편지향기도까지 한 명 한 명 읽어보게 하고, 꼼꼼하게 수정해야 될 부분을 알려주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전례를 해야 하는 것이 떨릴 수도 있지만 너희 개인이 하는 일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자신을 통해 말씀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떨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기도를 잘 전하기 위해서는 주님께 계속 기도를 드리며 청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평소 성당에서 전례를 자주하는 편이지만, 과연 나는 이렇게 묵상을 하고 기도를 드리며 그 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했는가? 에 대한 반성이 되었다. 단순하게 교황님 앞이라서 전례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배운 것들은 한국에 와서도 계속 저를 돌아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러 번의 연습 끝에 친타 코스테라에서 리허설을 했고, 환영식의 규모가 크다보니 저희의 리허설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몇 시간의 대기를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지치거나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함께하는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인사를 하며 이 친구들 또한 주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신부님께서 전통 복장을 입는 걸 처음엔 금지했으나, 여러 번 사진을 보여드리고 이야기 한 끝에 입을 수 있었다. 우리의 옷을 입고, 우리의 말로, 수십 만 명이 보는 앞에서 기도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영광이었다. 하지만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환영식에 대한 기대도 무뎌져갈 때쯤, 제대에서 교황님이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사실을 들었다. 수십 만 명이 교황님 한 분을 보기 위해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고 환호하는 모습에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기도 하고 갑자기 무거워지기도 했다. ‘나보다 이 자리를 더 간절히 원하고 싶은 사람이 많았을 텐데, 내가 이 자리에서 기도를 해도 될까?’에 대한 부담감에 갑자기 주님이 왜 저를 이 자리로 보낸 건지 궁금해졌다. 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찾지도 못한 채, 저는 보편지향기도를 했고, 그 환영식을 지켜보았다. 끝나고 다시 조원들을 만나기 위해 혼자 걸어가는 데, 공허한 기분이 너무 커서 다시 기도를 하며 주님께 물었다. ‘왜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나요, 저보다 간절한 사람이 저렇게나 많은데...’ 한참을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은, 주님께선 저를 사랑하시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저를 이곳으로 부르셨다는 것이었다. 주님은 모든 청년을 사랑해서 이곳으로 불렀지만, 저에게는 그저 조금 더 눈에 띄게 표현을 해주신 게 아닌가. 한국에서 주님의 사랑을 잊어가고 있던 저에게 다시, 난 너를 사랑한다라고 과분한 행복을 통해 보여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영식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많은 제주교구 친구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저를 찍은 영상이나 사진을 보내주면서 너무 잘했다고, 자신들도 긴장했다고 말하는데, 갑자기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저보다 간절한 사람들 중에 제주교구 친구들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저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있고, 저보다 보편지향기도를 더 잘해낼 친구가 있을 것만 같아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그러나 제가 느낀 것은 친구들은 멀리서 저를 지켜본 것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그 기도를 보탰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제가 본 친구들은, 모두 그 자리에 서있는 절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마음으로 함께했다는 생각에 더 감동적인 밤이 되었다. 저는 WYD에서 과분한 은총을 받았다. 다시 나의 삶의 자리에서 이 시간을 늘 기억하며 주님께서 저를 통해 어떤 일을 하시려고 하는지에 귀를 기울이며 응답하며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은 나의 능력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배려로 주어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특히 저희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던 주교님과 저를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신 김석주 신부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20일 동안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함께했던 제주교구 순례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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